20여년 전 우상을 만난 소년, 스승의 음악을 연주한다


1998년 초등학교 2학년 소년은 엄마를 따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공연을 보러 갔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연주자 한 사람을 보기 위해 콘서트홀의 수천 석 객석이 꽉 찬 풍경이 인상 깊었다. 그날 리사이틀 주인공은 세계 최고의 플루티스트로 꼽히는 엠마누엘 파후드였다. "영화배우만큼 잘생긴" 파후드의 근사한 연주는 단숨에 소년을 사로잡았다. 공연을 보자마자 플루트를 배우기 위해 동네 학원으로 달려갔다. 악기 크기에 비해 소년이 너무 어렸던 탓에 학원 선생님은 "1년이 지나고 다시 오라"며 만류했지만 소년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소년은 마우스피스로 소리를 내는 법부터 배우며 우상을 향해 한걸음씩 걸어 나갔다.

여기까지가 플루티스트 조성현이 플루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조성현은 "원래는 피아노와 하모니카를 배웠었는데 파후드를 만나면서 인생의 악기를 만났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플루트는 유달리 여성적인 악기로 통하는데, 파후드의 연주는 그런 선입견을 날려버릴 만큼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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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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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티스트 조성현 "박진감 넘치는 플루트 선율…새 기법으로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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